Holiday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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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4 -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슬로시티 ‘삼지내마을’ - (한국여행)
 | Holiday Journal
최종 수정일 : 2017/03/02

여행지역 : South Korea
 | 조회수 : 10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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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 담양여행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곳은 바로 삼지내마을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선 가장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고, 오래된 고택과 담장 사이로 난 옛길을 걸어본다는 게 굉장히 설레었다고 할까요? 슬로시티로 지정되고 그 후로 16년이 지난 지금의 마을 모습은 점점 퇴락하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게 진정한 슬로시티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세인의 무관심과 지자체의 지원부족으로 방치되어 가는 건지 조금 마음이 아프네요. 관광안내책자와 여기저기 나붙은 이정표에서는 고택을 가리키고 있지만, 실제로 문이 열려 있는 곳은 춘강 고정주 고택 하나밖에 없더군요. 문이 열려 있는 곳은 대부분 유료 체험장이거나 고택민박 밖에 없더라고요. 뭐, 어찌되었든 오래된 담장과 골목길은 제대로 체험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구경하러 내려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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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주변으로는 특별한 주차장은 보이지 않고 논 옆으로 난 길가에 차를 세우면 됩니다. 삼지내마을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인 고경명의 후손들인 창평 고씨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네요.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문패도 대부분 고씨 성을 가진 이들이었고, 고택들도 모두 고씨 후손들이 살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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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으로 들어가기 전 마을 바깥 길을 따라 한바퀴 돌아봅니다. 담벼락과 대문에서 예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곳은 ‘갑을원’이란 한식당입니다. 한번 먹어볼까 문을 열어보지만 제가 찾은 날은 문을 닫았더라고요. 아쉽지만 담 너머로 집구경만 한번 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그 옛날에는 지체 높은 분이 사셨음에 틀림없어 보이는 멋진 정원을 가진 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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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중심쯤으로 오니 저기 논 너머에 큼직한 누각이 보입니다. 남극루(南極樓)라는 누각인데 가까이서 보면 편액은 없고 마을 사람들이 세운 것으로 보이는 표지판에 ‘향토유형문화유산 3호’라고만 적혀 있네요. 보기 드물게 평지에 세운 정자인데 규모가 제법 큽니다. 1830년에 30여명의 마을 사람들에 의해 지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양로정(養老亭)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마을 노인들이 쉬는 장소로 주로 사용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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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운데 즈음에 왔을 때 들어가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예쁜 골목을 만납니다. 어떤 풍경이 열릴지 참 기대가 되네요. 겨울이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한적하니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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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입구에 아기자기한 목각 인형으로 치장한 돌담집. 빠르게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내고 또 소비하는 현대사화에서 생산성 지상주의가 아닌 조금은 불편하지만 자연 속에서 인간답게 천천히 인생을 즐기며 살자고 하는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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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그것도 평일이라 그런지 마을은 완전히 조용한 시골마을입니다. 넓은 골목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거라곤 담장 아래 도랑 물 뿐이네요. 차도 지나가지 않고 사람도 없으니 마을은 온전히 고요함에 묻혀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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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지만 따뜻한 햇살의 온기를 품은 담벼락을 따라 예쁜 꽃들도 고개를 내밀고, 나무에는 꽃 봉오리를 틔우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네요. 이제 곧 봄이 오려나 봅니다. 이곳은 고재선 고택 앞인데 역시 문이 닫혀 들어가볼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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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껍데기로 대문을 치장한 독특한 민박집도 있어요. 담양이 쌀 생산이 많은 지역이라 한과나 쌀엿 같은 것들이 유명한데, 사거나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더러 있더라고요. 담양에서 한과를 조금 샀는데 맛이 아주 괜찮았어요. 여행 선물로 사서 부모님께 드렸는데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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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한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가려고 길을 들어섰는데, 질을 잘 못 들어섰는지 양지바른 땅에서 을씨년스런 폐가를 만났습니다. 뒤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마당엔 풀들만 자라고 있던데, 땅 모양새가 참 탐나네요. 옛날에는 누군가가 이곳에서 자식들 키우며 알콩달콩 살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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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바로 잡고 골목을 들어서니 담장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솟을 대문이 보입니다. 저곳은 고재환 가옥에서 반대 방향에 자리잡고 있는 춘강 고정주(春崗 高鼎柱) 고택입니다. 이곳은 담양의 근대 교육이 시작이자 담양 창평초등학교의 전신인 창흥의숙(昌興義塾)을 세운 고정주의 집이었고, 한말(韓末) 민족운동의 근원지라는 점에서 현대사적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남서향으로 높이 서 있는 솟을대문만 보더라도 이 집이 보통 사람의 집은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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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옥들은 참 오묘한 점이 많습니다. 경주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독락당은 그 어디서도 집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도, 뛰어 들어가 한번에 안채나 사랑채까지 들어갈 수 없도록 문들을 비켜 세웠었는데, 고정주 고택 또한 솟을대문까지 길을 담벼락과 비켜 세워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지었네요. 대문을 들어서면 기이하게 휜 노송이 마당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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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입구를 들어 서면서 ‘기와 떨어짐 주의’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보수를 못한지 꽤나 오래된 모양입니다. 솟을 대문의 기와는 한쪽은 완전히 무너지고 버티고 있는 것들도 구멍이 숭숭 뚫려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더군요. 대문을 들어서면 남향으로 서있는 육효당이라는 사랑채가 하나 있는데, 이곳 또한 지붕이 오늘내일 하는 것 같네요. 칸살이도 넓고 튼실한 사각 기둥에 괘 풍채가 좋아 보이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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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끝에는 지금도 석류가 매달려 있는 큰 석류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봄날 다시 꽃피고 열매를 맺듯이 고정주 고택에도 또한 봄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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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담양이 한과로 유명하고 삼지내 마을에도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제가 찾은 날은 문을 닫았는지 찾을 수 없어서, 근처에 있는 창평시장으로 찾아갔습니다. 차로 지나다가 ‘수정한과’ 만드는 곳을 본 것 같은데, 시장 마당에 수정한과 판매대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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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엿기름이군요. 왜 엿을 만들거나 식혜 만들 때 쓰는 그거에요. 밀이나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내고 말린게 엿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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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엿도 파네요. 혹시 ‘엿치기’라고 아십니까? 엿을 골라 반을 부러뜨려 구멍이 크거나 구멍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죠.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고물과 엿을 바꿔 엿치기 하던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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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담양에 왔으니 대잎술 한 병과 안주는 한과와 약과로 출출함을 달래 봅니다. 한과는 많이 달지 않고 참 맛있고, 약과도 동그랗지 않고 길쭉하게 생겼는데, 달지 않고 고소하니 맛있네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약과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개인적으론 달지 않은 게 더 맛있었습니다. 담양 슬로시티 삼지내마을 가시면 한과체험을 해보시거나, 한 봉지 사서 꼭 맛보며 골목을 걸어 보세요. 입도 즐겁고 눈도 즐겁습니다.


Map

+ 주소 : 전남 담양군 창평면 돌감길 56-24

+ 입장료, 주차료 무료



담양, 슬로시티, 삼지내마을, 한과, 약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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