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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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8 | 20068027

대구 #1 -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곱창골목 - (한국여행)
 | Holiday Journal
แก้ไขล่าสุด : 2017/04/06

สถานที่ท่องเที่ยว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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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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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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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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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료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대구를 찾았습니다. 휴일을 껴서 긴 연휴 덕분에 대구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유의 더운 날씨로 유명한 대구는 생각보다 풍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맛을 두루 갖춘 도시였습니다.


현재 대구의 최고 번화가는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역과 그 바로 옆의 중앙로역 부근입니다.

저는 대구에서의 첫 일정을 중앙로역으로 잡았습니다. 중앙로역 근처에는 국채보상기념관과 공원, 약전골목,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등과 동성로, 대백 등이 있어 대구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대구에 남겨진 한국 근대사의 흔적과 젊음이 가득한 거리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서울의 강남역 내부처럼 많은 가게와 인파로 붐비는 중앙로역에서 올라와 국채보상기념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국채보상기념공원으로 향하는 길 이름은 '국채보상로'. 일제가 점령했던 어둡고 암울한 시절 작은 빛이나마 되고자 했던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서상돈 선생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선생과 그때 당시의 대구 시민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마음이 길 이름에서 느껴집니다. 국채보상로를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기념관과 공원이 보입니다.






아쉽게도 공휴일이라 기념관 안은 관람하지 못하고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시민들을 위해 깔끔하고 푸르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볕이 뜨거운 가을날 열심히 걷다가 쉴 요량으로 공원 벤치에 앉아 위를 바라보니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잎이 무성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극서지(劇暑地)인 동시에 빌딩이 가득한 대도시 대구에 이런 공원이 숨구멍이 되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도시 녹화 사업으로 기온이 1도 떨어졌다고 하네요.




빙수집을 찾아가는 길에 보였던 센스 있는 카페 이름. “여기 괜춘함~" 카페 이름처럼 음료 가격이 착한 '괜춘한' 가게였습니다.




국채보상로를 다시 거슬러 대구 최고의 번화가인 '젊음의 거리' 동성로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로 치자면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는 명절인데도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수많은 화장품가게, 옷 가게, 카페, 식당을 지나 팥빙수를 먹기 위해 경성팥집 <옥루몽>을 찾았습니다. 동성로점은 최근에 생겼다고 하네요.




우유를 얼려서 간 얼음과 가마솥에서 삶은 팥고물 그리고 떡이 끝인 소박한 빙수입니다. 하지만 그 맛은 결코 초라하지 않습니다. 우유얼음의 고운 결이 달콤하고 담백한 팥과 어우러지면 더 바랄게 없어집니다. 차갑게 얼린 그릇이 그 풍미를 더합니다.

옥루몽의 빙수는 팥빙수의 가장 원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요즘 뜨거운 여름 덕에 빙수가 유행하며 갖가지 기발하고 화려한 빙수가 선을 보이고 있는데, 이곳은 오히려 가장 기본을 지키며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바깥을 내다보니 대백(대구백화점)과 야외무대에서 공연 준비에 한창인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무료 공연을 하는 동성로 야외 무대 앞에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홍보물들이 서있었습니다. 감미롭고 애잔한 김광석 노래와 강한 주장을 담은 노란색 홍보물들이 한 거리에 함께 있는 것이 묘한 느낌을 주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카페에는 뭐가 그렇게 유명한 건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명물이 많은 동성로입니다.




동성로의 인파에서 벗어나 반월당역 쪽으로 걸어가봅니다. 요즘 대구의 대표 관광 프로그램은 '근대골목투어'입니다. 시내 곳곳에 <근대路의 여행>이라는 표지와 여덟가지 테마별 투어경로를 설명해 놓은 지도가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인데, 대구는 개화기에서 6.25까지의 역사적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도시였습니다. 그 흔적을 따라가는 길목에 '골목'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왠지 모르게 정답고, 매력이 곳곳에 숨어있을 것만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한국관광공사의 '2014 대한민국 베스트 그곳'에도 선정된 투어라고 하네요.




이상화 고택을 찾아가는 길을 따라 가던 중 약전골목에 들어섰습니다. '대구 약령시'라는 큰 약재시장이 있을 정도로 대구는 약재상들로 유명했죠.





약전 골목은 아직도 수많은 약재상들로 가득합니다. 향긋하고 씁쓸한 약초 냄새가 이 골목의 이름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약전골목을 빠져 나와 이상화 고택으로 들어서는 길목입니다. 가을햇빛과 아주 잘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골목입니다.




이상화 고택 가는 골목에 보인 '바보주막'.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주막 같습니다.




기와집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고즈넉한 길을 따라 근대로 돌아가봅니다.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상화의 저택은 작고 한적합니다. 들어가는 길 중절모를 쓴 멋들어진 모습의 시인이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개발로 사라질 뻔한 위기에 놓였던 역사적인 장소를 대구 시민들의 노력이 지켜냈다고 하네요.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앞마당에는 석류나무와 장독대가 있습니다.




이상화 시인의 대표 작품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비와 그의 생애에 대한 비석이 관람객들을 맞아줍니다. 가을 하늘 아래 익어가는 석류. 마치 빨간 등불 같이 달려있습니다. 이곳에서 제자들을 맞으며 작품활동을 하던 이상화 시인도 이 석류를 보며 영감을 받았을까요?



그의 생애가 고스란히 담긴 방 안에는 상세한 연보와 작품 설명 등이 있어 더욱 뜻 깊은 방문이 되게 해주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었을 시인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이상화 고택 옆에 새로이 들어선 근대문화체험관계산예가는 대구의 근대 역사와 시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계산동 일대는 근대기의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이 꽃피었던 문화중심지였다고 합니다.


이상화, 현진건 등의 문인들, 박태준, 현제명 등의 음악가들, 이상진, 박명조 등의 미술가들은 우리가 비록 자세히 알지는 못할지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근대 예술가들입니다. 이들의 뿌리가 대구에 있었다니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고 갑니다.





계산예가 안에는 191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 대구를 중심으로 출간되었던 문예지 등 다양한 문화적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과 퀴즈도 갖춰져 있고,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체험관도 있습니다. 밖에는 윷놀이 등 전통 놀이 체험판도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나들이하기 안성맞춤인 장소입니다.





바로 옆에는 국채보상운동을 펼친 민족운동가 서상돈의 고택이 있습니다. 그의 곧고 강직한 정신을 느끼고 나서 고택을 둘러보면 작은 스탬프 상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름아닌 골목투어 중 하나인 '스탬프 투어'를 위한 도장이 들어있는데, 대구의 역사적 명소 8군데의 스탬프를 모으면 특정 식당과 카페 등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니 한번쯤 즐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장이 각각의 장소를 상징하는 모양이라 멋진 여행 기념품도 될 것 같네요.





고택들이 있었던 작은 골목을 나와 10분 정도 더 걸으면 계산성당이 보입니다. 1902년에 건립된 계산성당은 고딕양식이 가미된 로마네스크양식의 건축물입니다. 원래는 십자형 모양에 단청이 곁들어진 동양식 건축물이었는데 전소된 후 지금의 웅장한 고딕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종탑과 커다란 장미창이 두드러지는데, 두 개의 종각이 뾰족하게 솟아 있어 옛날에는 '뾰족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통 성당은 높은 지대에 위치해 마을이나 전 시가를 내려다보게 되는데, 1897년 김보록 로베르 신부가 성당자리를 물색할 때 신자들, 특히 노인층 신자들이 허허벌판인 구릉지대에 성당을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대하여 지금 위치에 지어졌다네요.


그래서 지금 계산성당은 대구 시내에서도 가장 평지에서 신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오랜 역사만큼 이야깃거리도 많은데, 박정희와 육영수 여사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1984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성당 안은 라틴 십자형으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성인들 외에도 우리나라의 순교자들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에 한복을 입은 모습이 있다니, 새로우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마침 제가 들어갔을 때는 유아 신자들의 세례식이 한창이었습니다.




계산성당에서 길을 건너 청라언덕을 올라갑니다. 몇 개인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계단이 청라언덕을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계산의 가운데에 난 경사로는 자전거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옆 벽에는 대구 시내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많이 붙어있었는데, 청라언덕에서 시내를 내려다본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역사극에서 흔히 본 낮은 초가집과 기와집들 사이에서 혼자 우뚝 높게 솟아있는 계산성당의 모습이 한국에서 네 번째로 세워진 성당이자, 한국 카톨릭의 역사를 대변하는 사적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계단을 다 올라오면 느티나무, 향나무, 벚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서양식 건물들이 보입니다. 미국 선교사들의 주거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택들입니다. 챔니스 주택은 대구읍성이 철거될 때에 가져온 돌로 기반을 쌓고 붉은 벽돌로 벽을 쌓아 올려 지어진 '벙갈로' 형식의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의료, 선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그 당시 남부 캘리포니아의 건축양식을 잘 재현하고 있다고 하는데, 생전 처음 본 건축 양식에 안에는 피부가 하얀 서양인들이 살고 있으니 그때 대구 시민들의 눈으로 본 저택은 얼마나 커다랗고 신기해 보였을까요?




이 언덕은 원래 큰장(서문시장)의 동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동산이라 불리었는데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의 가사에서 유래하여 '청라언덕'이 되었습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라는 부분입니다. 푸른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지금 청라언덕 위에는 붉은 벽돌 위에 푸른 담쟁이들이 빼곡한 선교사 저택들과 동무생각 가사가 적힌 비석이 있습니다.




청라언덕 위에 들어서 시내를 한 번에 내려다 보는 건축물은 대구제일교회입니다. 1994년에 지어진 교회는 일단 크기로 관광객들을 압도합니다. 이보다 작고 고풍스러운 옛 제일교회는 약전 골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일 교회 앞에 있는 벤치에서 바람을 즐기며 잠깐 쉬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안지랑 곱창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녔으니 대구의 명물로 든든히 저녁식사를 해야겠죠.

안지랑 곱창 골목은 저렴한 가격의 곱창 집이 60여 개나 모여있어 인터넷에서도 유명한 '맛' 골목입니다. 저녁시간이면 식당마다 동시에 피어 오르는 곱창 냄새가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사장님이 추천하시는 대로 곱창 한 바가지를 시켰습니다. 곱창은 소나 돼지의 소장을 말하는데,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당뇨, 술중독, 독성해소 등 여러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곱창이라 하면 '살찌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식품이라 하네요.

매콤짭짤하게 양념이 되어있고, 연탄불에 구워 누린내 같은 것은 별로 나지 않고, 씹을수록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대구소주라는 '참소주'와 함께 먹으면 여느 비싼 음식 부럽지 않습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골목은 젊은 학생들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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