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상의 문화유산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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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문화재연구원장 김호상교수님의 글들을 소개하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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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과 백제인의 사랑, 서동과 선화공주
 | 문화유산편지
Last Modified : 20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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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륵사지 금제사리호와 사리봉안기 발견모습(출처: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미륵사지(彌勒寺址)는 전라북도 익산군 금마면 기양리 미륵산 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백제시대의 절터이다.『삼국유사』에 의하면, 미륵사는 백제 무왕(武王 A.D600~ 641)이 왕비[善花公主]와 함께 사자사로 가던 중 용화산 밑 큰 못에서 미륵삼존이 나타나자 이곳에 왕비가 절을 짓기를 소원하여 못을 하룻밤 사이에 메우고 탑과 건물을 각 3개소씩 지어 미륵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 절터에 대한 조사연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었으며, 1974년과 1980년대의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결과『삼국유사』의 기록대로 3탑 3금당의 가람배치가 확인되었다.


미륵사지의 석탑은 국보 제11호로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석탑 중에서 최고최대이며, 이전에 존재하였을 목조탑 양식을 충실히 따른 한국석탑의 출발점이자 조형(祖形)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륵사지 석탑은 일찍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고, 근년에 들어서는 오래전에 시멘트로 복원된 부분을 제거하고 새롭게 원형을 복원하고자 석탑의 해체수리와 더불어 발굴조사를 실시해 많은 새로운 자료를 얻었다.


특히 미륵사 석탑에서는 미륵사지 석탑의 조성내력을 적은 금제사리봉안기(金製舍利奉安記)가 발견되어 공개되면서 세계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명문의 내용에 따라 서동과 선화공주의 로맨스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에 일반인들은 실망감을 느꼈다.『삼국유사』에는 마[薯]를 캐어 팔던 서동(薯童)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선화공주가 자신과 몰래 정을 통하고 있다는 동요를 지어 서라벌 전체에 퍼뜨려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왕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이 설화를 굳이 역사적인 사실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 중의 하나가『삼국사기』에는 그러한 기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시 신라 진평왕과 백제 무왕은 영토확장과 방어를 위하여 여러번에 걸쳐서 전쟁을 치룬 적군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가 일어나게 된 배경이 없었거나,『삼국유사』가 전혀 허구라고 보지는 않고 있다.


석탑 해체 공사 중에 발견된 금제사리봉안기에도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왕비”가 탑을 세웠다는 점과 백제 무왕이 익산지방에 일시 천도하였다는 사실 등으로 본다면 전혀 허구적인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신라 소지마립간(炤知麻立干)때에는 백제 동성왕(東城王) 15년(A.D493) “봄 3월에 신라에 사신을 보내어 혼인을 청하자 신라왕은 이찬 비지(比智)의 딸을 시집보냈다.”라는 기록과 그 다음해 고구려가 신라를 공격하여 “신라군이 견아성(犬牙城)에 포위당하여 있을 때 동성왕은 군사 3천명을 보내 구원하여주었고, 다시 그 다음해 고구려가 백제의 치양성(雉壤城)을 포위해오자 신라 소지왕이 장군 덕지(德智)에게 명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구원하여 주었다.” 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신라와 백제에 있어 가장 오랜 왕권을 장악하였던 왕 중의 한명인 진평왕과 무왕이 같은 시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숨겨진 진실들이 이와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신화는 신화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역사는 역사적인 사실로서의 가치가 있기에『삼국유사』의 서동과 선화공주를 탄생시킨 역사적 행간(行間)의 의미를 부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년 경주시와 익산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혼례’ 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원문링크 http://www.kimhosang.com/html/sub2-2.html?page=11&...



김호상, 문화유산, 신라, 경주, 미륵사지, 서동, 선화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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