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상의 문화유산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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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문화재연구원장 김호상교수님의 글들을 소개하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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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을 또 어떻게 견디어 낼까!
 | 문화유산편지
最後修改 : 2016/12/13

旅行地区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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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주 서악리 마애석불상(보물제 62호, 경주시 서악동 산 92-1)

시대) 통일신라 초기(7세기후반 ~ 8세기초)



선도산(仙桃山)은 해발 390m의 낮은 산이지만, 사소(娑蘇)라는 신모(神母)가 신라 건국이전부터 살면서 서라벌을 지켜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산이다. [삼국유사]에 사소는 본래 중국 황제의 딸로 일찍이 신선의 술법을 체득하여 우리나라에 와서 머물면서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더니 아버지인 황제가 솔개(소리개)의 발에 편지를 매어 부쳐 이르기를, “솔개가 머무는 곳을 따라가서 집을 삼으라”고 하였다. 사소가 편지를 받고 솔개를 놓았더니 날아서 이 산에 이르러 머무르므로 따라와서 이곳을 집으로 삼고 땅의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산 이름을 서연산(西鳶山)이라 하였으며, 사소는 오랫동안 이 산에서 자리를 잡고 서라벌을 지켜준 성스러운 어머니가 되었다고 한다.


선도산의 8부 능선을 따라 축성된 서형산성(西兄山城)은 신라도읍의 서쪽 방어를 맡았던 대표적 성이었으며, 성의 둘레는 약 2.9Km이다. 이 산성이 언제 축조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삼국사기]에 “신라 진평왕 15년(593)에 서형산성을 개축하였다.”는 기록과 함께 “서형산성의 둘레가 2천보였다.”는 것으로 보아 진평왕 또는 그 이전 시기에 축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서형산성에는 소금을 보관하였던 창고가 있었다. [삼국사기]에 “애장왕 10년(809) 여름 6월에 서형산성의 소금창고가 울었는데, 그 소리는 소가 우는 것과 같았다.” 라는 기록이 있다. 소금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식품 중의 하나이며 고대사회에서 소금이 차지하는 위치는 가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가 산성 내에 있었다는 것은 이 산이 신라인들에게 소금과 같이 중요한 산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이곳 선도산 정상 가까운 암벽에는 거대한 마애삼존불이 있는데 그 당당한 체구와 기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압도적이다. 높이 6.85m의 본존불은 파손이 심하여 많은 부분이 탈락되었고 특히 머리와 얼굴의 위쪽 부분은 결락되었지만 뺨, 턱, 눈, 코의 표현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협시보살은 몇 개의 조각으로 파괴되어 아래 계곡에 굴러있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왼쪽보살은 외손을 내려 정병을 잡고 있으며, 오른손은 가슴에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는데, 이 인상(印相)과 보관의 화불로 보아 관음보살로 추정된다. 오른쪽 보살은 파괴가 심하나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며 목걸이 옷주름도 왼쪽의 보살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아 대세지보살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본존불을 새긴 암벽은 조각하기 어려운 안산암에도 불구하고 조각한 것을 보면 이곳에 불상을 꼭 만들어야만 한다는 신라인들의 불굴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안산암에 새겨진 아미타본존불 입상은 얼굴의 위쪽 부분과 몸체 전체에 균열과 박락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동절기에는 조그마한 결로(結露)와 결빙(結氷)현상만으로도 조각의 부분들이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일 듯 말듯 훼손되어가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근년에 와서는 더욱 급격하게 훼손이 되어가고 있다.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유적들을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얼마가지 않아 지금의 모습마저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근년에 들어 숭례문복원, 신라문화복원, 백제문화복원, 유교문화복원 등 굴직 굴직한 복원 및 정비사업들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소중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러한 유적에 이르기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성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야외의 석조문화유산들은 환경적인 변화와 암벽의 재질에 따라 자연적인 훼손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문화재이다. 선도산 마애삼존불을 보면서 혹한의 이 겨울 아무런 조치 없이 문화재 스스로가 훼손되지 않고 새봄 맞이하기를 기다리는 우리는 선조들과 후손들에게 더할 수 없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원본글 http://www.kimhosang.com/html/sub2-2.html?pag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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