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상의 문화유산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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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문화재연구원장 김호상교수님의 글들을 소개하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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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옷과 어머니
 | 문화유산편지
最後修改 : 2016/12/13

旅行地区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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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재래식 삼가마(안동시 임하면 고곡리 삼가마 모습, 2009년 소멸)

설명) 삼[대마]은 표피를 벗기기 위해 수증기를 이용하여 찐 다음에 껍질을 벗기는 것이 수월하므로 가마를 이용한다. 고려~조선시대의 삼가마는 땅을 파고 만들었지만 일제강점기부터는 사진에서처럼 철판구조물을 이용한 가마를 사용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삼 재배는 안동시와 당진군 등이 대표적이며 엄격한 관리감독 하에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마을마다 있던 재래식 삼가마는 이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모두 소멸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삼베는 문헌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가장 일반적인 의복의 재료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검소함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문화가 녹아있는 상징물이기도하다. 그러나 수 십 년 전부터 나일론 제품이 급속히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의류에 가히 혁명이 일어나던 그때 나에게는 유년의 시간이었다. 그 시절 나는 늘 상 보아오던 거칠고 투박한 삼베옷에 비해 화려한 색상과 비단결같이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하는 나일론 옷을 입고 다녔다. 그러나 그때도 나의 부모님들은 항상 삼베적삼을 입으셨고 그마저도 고된 농사일로 늘 땀에 젖어있었다.


대학을 다니고,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집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나는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 삼베옷을 입는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반면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이란 꾀나 번거로운 일이라서 어머니의 정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할 때 다 헤어지고 빛바랜 낡은 옷만 입으셨던 어머니의 옷장에서 가지런히 정리된 아껴둔 새 옷들을 보게되었다.


그 새 옷과 함께 아버지를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두신 삼베적삼 수의와 어릴 적 나를 업었을 때 쓰셨던 보자기도 보관되어 있었다. 한평생을 힘든 농사일과 병마와 싸우시고 그 흔하디흔한 삼베옷만 입고 살아오신 어머니가 정작 본인의 삼베 수의하나는 마련해 두지 못하셨다니, 저리 가시려면 새 옷은 왜 아껴두셨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임종 후 비로소 새하얀 수의를 입으신 어머니가 왜 그리 예쁘던지, 아마도 그건 늘 낡고 빛바랜 옷만 입으셨던 어머니를 보아온 때문이리라. 그 새하얀 삼베옷이 평소 어머니를 위해 자식인 내가 준비해둔 옷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터인데, 대학시절 여름방학 시골집에서 입었던 삼베옷처럼, 그 번거로움 다 감수하시고 나날이 풀 먹여 주시던 어머니의 정성처럼...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죽어서라도 삼베수의는 입지 못하리라.


요즘은 수의로 사용하는 삼베옷이 값비싼 노동력에 밀려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비단결 같은 순모의 촉감에 익숙해져 거칠고 투박한 삼베의 느낌은 잊은 지 오래인 것 같다. 아니 삼베의 전통문화만 잊은 게 아니라 어버이에 대한 효(孝)마저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늘 자식에게 베풀기만 하시고 정작 본인은 수의 한 벌조차 마련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의 고마움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어머님 것은 왜 없어요? 라는 물음을 던져야 했던 이 불효자의 때늦은 후회와 잃어버린 전통문화의 아쉬움을 반복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설날에는 길 멀고, 사는 게 힘들더라도 살아만 계신다면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고, 돌아가셨다면 고인에게 술 한 잔 올리는 전통은 이어졌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문화유산둘러보기 가족 모든 분들이 행복한 한해가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원본글 http://www.kimhosang.com/html/sub2-2.html?page=10&...


김호상, 문화유산, 신라, 경주, 삼베, 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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