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상의 문화유산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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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문화재연구원장 김호상교수님의 글들을 소개하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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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을 통해 본 노인의 용기와 지혜
 | 문화유산편지
最後修改 : 2016/12/16

旅行地区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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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학생들에게 최부자집 가훈을 설명해주시는 최용부선생님(경주시 교동 최부자집)

설명) 지난주에는 학교에서 징계를 받아 노인 보호시설로 봉사활동을 나갔던 고등학생들이 노인을 상대로 몸씁 짓을 한 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우리사회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정에서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최부자는 1600년대 초 경주지방에서 처음 가문을 일으킨 최진립장군에서 상해임시정부에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이며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와 청구대를 설립한 교육사업가로 우리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최준까지 10대 300년 동안 거부로 살아온 집안이다.
최부자집은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으로 육훈(六訓)과 자신을 지키는 지침으로 육연(六然)이 있다.육훈으로는 양반으로서 신분유지는 하되 권력과는 거리를 두라는 의미에서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마라' 에서부터 시작하여, '만석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며 만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말며', '찾아온 손님은 후하게 대접하라', '며느리는 시집온 3년 동안 무명옷만 입어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이가 없게하라' 이다. 육연에는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성공했을 때 담담하게 행동하고',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 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성덕왕(聖德王)때의 순정공(純貞公)은 강릉(江陵) 태수로 부임해가는 도중에 한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그 옆에는 돌로 된 산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서 있는데, 그 높이가 매우 높고 그 꼭대기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이것을 보고 측근들에게 말하기를, ‘누가 저 꽃을 꺾어다줄 사람이 없을까?’하였다. 수행하는 무리들이 대답하기를, ‘사람이 발붙여 올라갈 데가 못 됩니다.’하면서 모두들 못하겠다고 회피하였는데, 곁에 웬 늙은 노인이 새끼 밴 암소를 몰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어 바치고서는 노래까지 지어 바쳤다. 그 늙은이가 누구였는지 기록되어 있지는 없었지만, 그가 꽃과 함께 지어 바친 헌화가(獻花歌)는 다음과 같다.

붉은 바위 가에서

손에 잡은 어미소 놓으시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하시면

꽃을 꺾어 드리오리다.

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다시 이틀 길을 가다가 또 한 바닷가에 정자가 있었다. 거기서 점심을 먹던 중에 바다 용이 돌연히 부인을 채어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순정공은 엎어졌다 자빠졌다 발을 굴렀으나, 아무런 계책이 없었다. 또다시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입이 떠들면 쇠라도 녹여낸다고 하였는데, 지금 그까짓 바다 속에 있는 미물이 어찌 여러 입을 겁내지 않을 것입니까? 이 경내의 백성들을 시켜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기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순정공이 그의 말대로 하였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그에게 보내주었다. 순정공이 부인에게 바다 속일을 물었더니 말하기를, ‘칠보로 꾸민 궁전에 먹는 음식들이 달고도 연하여 향기롭고도 깨끗하여 인간세상의 음식이 아니더이다.’하였다. 부인이 입은 옷에는 이상한 향기가 풍겼는데 이 세상에서는 맡아 보지 못한 향이었다. 수로는 자색이 절세미인이었으므로 깊은 산이나 큰물을 지날 적마다 여러 번 귀신이나 영물들에게 붙들려갔다. 여러 사람들이 부른 바다 노래가사는 다음과 같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 내 놓아라.

남의 아내 훔쳐간 그 죄 얼마나 크랴!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겠다.

젊음은 참 아름답다. 그리고 세상에 겁날 것 없이 피 끓는 청춘으로 부딪혀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은 언젠가는 또 늙게 마련이다. 늙음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지만 그 세월 속에는 오랜 세월을 이겨낸 경험과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우리는 모든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용기와 교훈은 어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절벽 끝 한 송이 꽃을 꺾어 바치는 열정과 바다 속의 용을 굴복시키는 그 지혜를 나이 드신 분들로부터 배운다면 인생은 참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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