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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8 | 19900712

속초, 양양 #7 - 양양 낙산사 (1)- (한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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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 2017/02/28

Travel regions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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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


설악 해맞이공원에서 풍경을 망쳐 놓은 갈매기들을 쫓은 죄에 대해서 회개라도 하듯이 다음 여행지는 강원도의 명사찰「낙산사」로 향했습니다. 해맞이공원에서 해안길을 따라 남쪽으로 대략 6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양양에 속해 있지요.



양양이라는 지명은 개인적으로 왠지 산과 바다의 해돋이가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름이라 꽤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생각과는 달리 낙산사 앞쪽으로는 펜션과 꽤 번화한 건물들로 가득차 있고 심지어 해변과 가까운 이곳에 나이트클럽도 있다는 것이 목격될 정도로 번화한 모습에 조금 놀랐습니다.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당황하며 낙산 버스터미널 앞에 내리면 맞은편에는 관광객들의 볼거리로서「곤충생태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곳보다는 '낙산사'나 '낙산해수욕장'과 같은 자연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꽤나 쓸쓸해 보였지요.



우리도 예외 없이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넓은 주차장과 기념품 판매점을 지나 낙산사로 오르는 흙길로 먼저 들어섰습니다. '꿈이 시작되는 길'.



정말 설악산에 비하면 앞의 팻말처럼 '꿈이 시작되는 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벼운 언덕을 오르는 느낌이라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오르지도 않아서 낮은 돌담길을 따라 평지가 시작됩니다. 다행히도 이 낙산사는 사찰치고는 그다지 오르막이 없는 편이라 너무 행복했지요. 게다가 마침 해가 곧 산에 걸릴 정도로 넘어가서 그냥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운치가 있어 보였습니다.



10여 년 전 이곳에 큰불이 나서 대부분의 나무와 사찰들이 탔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역시나 그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화재 자료 전시장을 따로 마련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하기에 우리는 일단 사찰 내부를 모두 관람하고 나서 들르기로 했습니다.



낙산사의 일주문은 이 작은 언덕과 같은 산밑에 있고 이곳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석문이 서 있습니다. 이곳은 그냥 매표를 위해 지은 성(?)이 아니라 바로 조선시대 왕인 세조가 행차하면서 각 고을로부터 26개의 화강암을 받아 지은 홍예문입니다.



홍예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낙산사의 안내도를 훑어 봅니다. 관람할 부분은 크게 4군데. '원통보전'이 있는 중심부, '해수관음상'이 있는 바다 언덕 위, '보타전'이 있는 호숫가 근처, 그리고 '의상대'와 '홍련암'이 있는 해안 절벽이 그것들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 경주 불국사와 같은 다른 유명 사찰들에 비해서 나름 저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불탄 사찰의 복구 비용에 조금이라도 보탠다는 생각으로 기분좋게 입장했지요.



해안가에 있는 사찰이다 보니 안전을 위해서 입장과 퇴장 시간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일몰시까지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니 멀리서 방문할 때는 입장 시간을 미리 문의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좌우로 나즈막한 나무들이 길을 따라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나무들은 아니지만 각각이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기념 식수한 나무들이지요. 가장 먼저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심은 나무가 우리를 맞아주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들었던 유명 정치인의 기념 식수들을 보며 걷다 보면 금방 삼거리가 나타나지요. 좌측 은원통보전과 해수관음상으로 갈 수 있는 능선길, 오른쪽은 내리막으로 내려가 해안 절벽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의상대'를 보는 것이 더 멋진 풍경이 만들어질 것 같아 우리는 먼저 좌측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사실 이 낙산사는 신흥사의 말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에 속하는 유명한 사찰이기도 합니다. 삼거리에서 스무 걸음도 채 걷지 않아 돌계단을 몇 계단 오르면 눈앞에 오묘한 모양의 굵은 나무와 사천왕문이 길을 지키고 있지요.



사천왕문을 통과하니 해를 맞이하는 누각이라는 '빈일루'의 처마가 마치 날개를 펼친듯이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하지만 옛것 그대로가 아니라 화재로 복원된 모습이기에 조금 아쉬움이 들긴 하네요.



원래 보물로 지정된 동종이 있던 범종각에도 새로운 종과 북이 걸려 있습니다. 지난 화재 때 높은 온도 때문에 동종까지 모두 녹아버렸다고 하니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사채인 '응향각'의 문 너머로 '원통보전'의 모습이 살짝 비춰지네요. 사실 모든 사찰들이 비슷비슷한 이름들을 사용하지만 이곳 낙산사의 누각과 법당들은 조금은 특별한 이름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76년의 상대사가 이곳에서 관음보살을 만나 고수정을 건네 받은 뒤 관음보살이 가르쳐 준대로 관음상을 만들어 낙산사를 세웠는데 그 자리가 바로 이 원통보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원통보전 안에는 건칠 관음보살 좌상(보물 제1362호)이 자리잡고 있지요.



그리고 원통보전 앞에는 또 하나의 보물이 서 있습니다. 바로 낙산사 7층 석탑(보물 제499호). 특이하게도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석탑이 아니라 불교 쇠퇴기였던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탑입니다.



그리고 원통보전의 또 다른 볼꺼리. 원장(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4호)이라고 부르는 조선시대 담장입니다. 절의 건축에서는 보기 드문 원장은 법당을 둘러싼 공간이 성스러운 공간임을 의미하면서 또한 조형물로서의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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