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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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남원 #6 - 지리산을 향한 구불구불 아름다운 길 ‘오도재’ - (한국여행)
 | Holiday Journal
最終更新日 : 2017/03/02

旅行地域 : South Korea
 | 閲覧数 : 9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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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나 볼 법한 예쁜 길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구룡리에서 마천면 의탄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오도재는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길이에요. 함양 사람들은 오도재라고 부르고 다른 지역에서는 ‘지안치(지안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요즘은 고개 초입부터 길 전체를 오도재라고 부르더군요. 지금도 지도상의 공식 명칭으로는 구불구불한 길만 ‘지안치’로 표시되어 있고, 길 꼭대기만 오도재라고 표기하고는 있습니다. 그 옛날 내륙에서 남해 쪽으로 물물교환하기 위해서는 지리산 장터목까지 가야했는데, 이때 반드시 넘어가야했던 고개가 바로 이 길이었습니다.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던 이곳.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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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리 지방도로를 따라 남원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로 넘어가려는데 저 멀리 언덕에 독특하게 생긴 길이 보입니다. 뱀이 몸을 움직여 산을 넘는 형상 같기도 하고 참 재미나게 생긴 길이네요. 길을 가다 ‘지리산 가는 길’이란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두 재를 넘으면 남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옵니다.



NIKON D750 | f/11.0 | iso 110 | 2016:03:07 16:39:57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27mm


구룡천을 건너 조동마을회관 앞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머리에 수건을 두른 동네 할머니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여기 머 찍을 게 있노?” 길이 예뻐서 사진에 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오르기 힘들기만하재 이쁘기는 머가 이쁘노” 그러십니다. 이 길이 보고 싶어 먼 길을 온 사람들도 있지만, 그 옛날 짐을 머리에 이고 이 고개를 넘어다녔을 그녀들에겐 징글징글한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튼, 마을회관을 지나면 완만한 경사의 비탈길이 시작되고, 이내 굽은 지안재 오르막길이 눈에 들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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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고갯길을 조금 올라오니 갓길에 조망대가 있어 방금 올라온 길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구불구불 굽은 길이 정말 아름답네요. 날씨가 조금 도와줬다면 더 멋진 사진이 나왔을 텐데 조금은 아쉽습니다. 야경 담으러 해지기 전에 남원으로 가야해서 여기서 밤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이래저래 아쉬운 날이네요.



NIKON D750 | f/13.0 | iso 500 | 2016:03:07 16:42:33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48mm


이 길을 오르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옛 전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조선 15세기 정여창, 김종직, 김일손, 유호인, 서산대사 등 많은 유학자와 수행자들이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하죠. 저도 이 길을 넘었으니 깨달음을 하나라도 얻었을까요?



NIKON D750 | f/13.0 | iso 500 | 2016:03:07 16:43:17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34mm


이곳에 도착하면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보고 또 보게 되는 참으로 멋스러운 길입니다. 지리산 자락은 드높아 하늘에 맞닿았고, 한 굽이를 돌면 또다른 굽이가 나타납니다. 이번 고비가 끝일까 싶어도 또다른 고비가 어김없이 찾아오고, 훗날 뒤 돌아 보면 참 아름다웠던 우리네 인생사와 똑 닮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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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일부러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고개를 오르면 기어코 왔던 길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오도재를 넘으면 지리산 제1문을 만나고 이제 속세를 벗어나 오로지 산과 하늘만 열려 있는 첩첩산중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NIKON D750 | f/11.0 | iso 320 | 2016:03:07 16:48:18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24mm


산을 넘다 보니 길 옆으로 ‘옛날 주막’이란 간판이 보입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시고 갈까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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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돼서야 영업을 시작할 건지, 지금은 개점휴업상태인 것 같군요. 아주 오래된 작은 오두막이 있는 걸로 봐서는 그 옛날엔 산을 넘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힘든 다리를 잠시 쉬어갔을 것 같네요. 사람 두 명이 누우면 딱 맞아 보이는 작은 너와집을 보니 이곳에서 길손님을 받아 생활했을 사람들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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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오두막을 처음 보기도 했고, 여기서 팔았을 막걸리 한잔이 어떤 맛이었을지 참 궁금합니다. 고개를 넘으며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때 이곳에 앉아 늙수그레한 주모가 엄지손가락 푹 담갔다 주는 술 한잔 정말 꿀맛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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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을 지나 한 굽이를 더 올라와 고개의 꼭대기에 오르니 해발 773m에 ‘지리산 제1문’이 보입니다. 이곳에는 주차장과 전망대, 그리고 간단한 휴게소가 있는데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이곳에서 풍광을 보고 읊었던 한시들을 돌에 새겨 곳곳에 놓아 두었습니다.



NIKON D750 | f/11.0 | iso 320 | 2016:03:07 16:59:19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24mm


옛날에는 오도재 정상에 성황당이 있었다죠. 고개를 넘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소원을 빌었던 자리였는데, 2003년 지리산 가는 길 개통식 때 산신비를 세워 다시 소원을 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곳을 만나면 소원은 빌어봐야죠. 혹시 알아요? 소원을 덜컥 이루어 질지.



NIKON D750 | f/9.0 | iso 450 | 2016:03:07 17:00:23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24mm


지리산 제1문 문루 오른편에는 ‘오도산령신지위’라 세긴 작은 비석을 모신 산신령비각이 높다란 석축 위에 서 있습니다. 남해에서 해산물을 이고지고 이 산을 넘어 함양을 지나 내륙으로 보내야했던 사람들에게 이 고개는 눈물의 고개였을 겁니다. 그리고 신라시대부터 6.25한국전쟁까지 이 고개는 언제나 방어선이었던 곳인데, 재 너머 촉동에는 피난왔던 가락국 왕의 대궐터 흔적도 있습니다. 이들의 소원들이 여기에 모여 비석이 바라보고 있는 지리산 천왕봉으로 소원을 날려보냅니다.



NIKON D750 | f/9.0 | iso 400 | 2016:03:07 17:01:48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24mm


평일 낮 여행의 힘일까요? 지리산 제1문루에 올라 앞뒤를 바라보니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산과 하늘 밖에 보이질 않네요. 오로지 하늘과 땅 사이에 저밖에 없는 호젓한 느낌 참 좋~습니다. 이 전각을 가로질러 산을 조금 오르면 1.6km 정도 떨어져 있는 법화산 정상이 나옵니다.



NIKON D750 | f/9.0 | iso 110 | 2016:03:07 17:09:11 | Flash did not fire, compulsory flash mode | 24mm


지리산 제1문을 통과해 언덕을 잠시 내려오면 널찍한 주차장이 있는 지리산 조망공원이 있어요. 거기 정자에 오르면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지리산 주능선들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하늘 아래 홀로 된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비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조금 맑았다면 더 멋진 풍경이었을 텐데 조금 아쉽네요.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실루엣이 천왕봉(1,915미터) 정상입니다.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오르는 가장 단거리 코스는 오도재를 넘어가는 겁니다. 뱀처럼 구불구불 난 아름다운 길을 따라 지리산의 주능선들도 한 눈에 감상하고, 대자연의 어머니라 불리는 지리산 자락에서 그간의 근심을 모두 털어버리시길 바랍니다.


Map

+ 주소 :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구룡리 산119-3 (지안재 주소)


함양, 지리산, 오도재, 옛날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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