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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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남양주 #8 - 다산유적지, 옛나루터 - (한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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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 2017/02/28

Travel regions :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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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유적지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셔틀버스를 탄 우리들은 다시 지하철역 '운길산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이 운길산역을 중심으로 종합촬영소와 반대방향에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운길산역 근처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다산' 이라는 글자가 많이 눈에 띕니다. 다산. 바로 조선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가 근처에 있는 것이지요.



1시간 마다 있는 마을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20여분정도 이동하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다산 유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 '정조'대에 등용되어 수많은 책과 업적을 만들어낸 우리나라 대표 실학자 정약용은 바로 이곳 '남양주 조안면'에서 태어나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산의 유적지라면 그가 태어나고 묻힌 이곳과, 그가 유배 갔던 전라남도 강진이 가장 유명합니다. 그래서 강진에서 정약용이 가장 많이 애용했다던 정자 '천일각'도 이곳에 복제해 놓았지요.



이곳 다산유적지가 있는 조안면은 정약용의 유적지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경치가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선조들의 수묵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일단 다산의 흔적들을 둘러보기 전에 생태공원으로 꾸며진 이곳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금방이라도 밤이 올 것 같은 하늘 때문에 야외 관람을 먼저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조안이라는 지명은 동물(鳥)들에게도 편안(安)한 곳이라는 의미로 예로부터 경치가 좋고 동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비록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들뿐이지만 연꽃공원과 팔당호의 모습이 아주 일품이어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자주 사용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역시나 겨울이라 나무나 연꽃공원은 둘러볼 것이 생각보단 부족했습니다. 대신에 공원 곳곳에는 빠뜨리지 않고 서 있는 다산 관련 이야기들을 따라서 산책하듯 걷기 시작했지요.



목민심서나 경세유표 등등은 아주 유명한 다산의 저서들이지요. 그 책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원의 이쪽 입구와 반대쪽 입구에도 똑같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으니 사람이 많을 때는 가볍게 지나쳐 주세요~.



중간중간 걷는 사람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다산의 명언이나 행적 이야기들이 적힌 입간판도 서 있습니다. 정말 이런 입간판들은 풀잎들이 말라버린 겨울철에는 조금이나마 볼꺼리를 만들어 주어서 유용한 것 같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마른 갈대를 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물가에 도착했습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겨울철에 이렇게 한강을 가까이서 본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 같습니다.



짜짠~!! 시원하게 펼쳐진 한강이 보이시나요? 저기 멀리 보이는 반대편의 산까지 얼음이 꽁꽁 얼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만들어져 있는 관람대로 들어가면 180도로 펼쳐진 한강의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되지요~~!! 꽁꽁 언 한강위로 뽀얀 안개가 끼어있고,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더 멀리 보고 싶다면 공원 가장 안쪽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시면 됩니다. 비록 아주 높지는 않지만 주변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더 먼 곳의 풍경까지 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투명한 듯 하얀 얼음에 산 그림자가 비춰서 정말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집니다. 바로 이곳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정확한 지점이지요.



그래서 원래 이곳이 나루터였나 봅니다. 전망대의 꼭대기에는 주변 사진을 바탕으로 각각의 산 이름과 지역 이름을 표시해 놓아서 주변 지역을 알아보는 데 한결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서울로 연결된 강의 서쪽 방향. 정말 한치의 예외도 없이 우리의 모든 시선에 있는 한강물들이 꽁꽁 얼어 있습니다. 새삼 느끼지만 오늘 정말 춥긴 춥나 보네요.



전망대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얼음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제 본격적인 관람을 위해 공원을 벗어나 마을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작은 공원인 다산정원이 나타납니다.



바로 이곳에 있는 '실학박물관'의 부속 공원으로 하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발명품들이 골고루 전시되어 있습니다.



네 마리의 용들이 떠 받치고 있는 이 화려한 '혼상'은 하늘의 별들을 보이는 위치 그대로 둥근 구면에 표시한 천문기기로, 별이 뜨고 지는 것,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는 관측 기구입니다.



이제 다산유적지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실학박물관을 둘러볼 차례. 오늘은 마침 기획전시관에서 '달력 시간의 자취'라는 테마의 기획전을 하고 있네요.



실학박물관은 3개의 상설전시관과기획전시관 1곳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실에는 실학의 형성 및 전개 과정을 볼 수 있는 각종 자료와 함께 실학과 관련된 천문관측 기구나 책력, 지도류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재 시간 5시 40분. 운영시간이 6시까지라서 더 이상 입장이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하~ 힘들게 이곳까지 왔는데 이곳의 가장 핵심시설인 실학박물관의 내부를 관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망연자실 했지요.



후다닥 둘러보겠다고 사정도 해봤지만 어렵다는 답변… 하는 수 없이 마을 중간중간 놓여진 실학관련 재현품을 보는 것에 만족하며 큰 길가로 걸어나갑니다.



박물관이 눈앞에 있는데도 실학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지만 이곳의 관람거리가 실학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바로 대표적인 인물인 다산의 실제 생애에 대한 발자취를 볼 수 있는 '다산문화관'과 기념관, 그리고 생가와 묘소가 있는 '다산유적지' 입니다.



이곳도 물론 똑같이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지만 박물관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관리되고 있어서 이 시간에도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성인기준 4,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실학박물관과 달리 이곳은 무료 입장~!!!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넓다란 마당 앞에 놓여진 긴 나무 다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다리는 주교라고 불리는 배다리로 정조대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수원화성으로 능행을 떠날 때, 정조가 한강을 편히 건널 수 있도록 배들을 연결하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다리를 만들었다는 다산 정약용의 대표적인 작품이지요. 이 모형 아래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가까이서 자세히 보아야 아래에 들어 있는 배들이 보입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산 아래에 '여유당'이라고 적힌 커다란 지석이 서있습니다. 여유당은 다산의 생가의 당호로서 노자(老子)의 '도덕경'의 한 대목인 "여(與)함이여, 겨울 냇물을 건너듯이, 유(猶)함이여, 너의 이웃을 두려워하듯이"라는 글귀에서 따온 것으로 조심조심 세상을 살아가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당호의 이름을 따서 정약용의 대표저서들을 묶어 '여유당 전서'라는 문집도 있지요. 실제 이 여유당은 마당을 중심으로'ㄱ'자와 'ㄴ'자의 건물이 서로 감싸듯이 지어져 있습니다.



비록 실학자였지만 그래도 과거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한 그의 집은, 엄청나게 큰 집은 아니었지만 종합촬영소의 반촌 운당세트에 본 집들처럼 대청과 안방, 별채와 사랑방이 다 갖춰진 전형적인 양반의 집처럼 보입니다.



방 안쪽을 들여다 보니 마치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듯이 가구와 병풍, 그리고 다양한 소품들이 그대로 장식되어 있네요. 그 중에서도 한문이 가득 적힌 병풍 아래에 깔린 푹신해 보이는 이부자리를 보니 왠지 한번 저 위에 앉아 보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유품이자 전시품이기에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감탄만 합니다. 실제 방안에 있는 다른 가구들도 상당히 오래된 듯이 보이고 역시 세트장보다는 훨씬 실제와 유사한 모습이네요.



건물들 뒤쪽 담벼락 아래로는 커다란 장독대들이 가득 놓여져 있습니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집집마다 많이 볼 수 있던 풍경들이지요.



헉… 나름 이 여유당의 옥의 티라면 옥의 티. 건물 한켠에 붙어 있는 외양간에는 인형으로 만들어진 소가 한 마리 있는데 먼지가 너무 쌓여있어서 근처에 가는 것 조차 조금 싫었지요.



부엌에는 작은 가마솥이 놓여진 화덕과 물항아리가 놓여있고 아궁이에 불도 들어갈 틈이 없이 장작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뜬금없이 든 생각이지만 이 건물에도 온돌이 실제로 깔려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지요. 그리고 건물 중간중간에 조금이라도 해당하는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구요.



생가인 여유당을 벗어나면 공터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가 가득 찬 쉼터가 있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름이라면 주변에 불어오는 강바람과 더불어 훌륭한 휴식처가 되겠지요.



그리고 가운데에는 이곳의 주인공 다산 정약용 선생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역시나 학자이자 저술가이자 정치, 의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긴 분답게 책을 보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네요.



동상 주변으로는 그의 대표적인 사상들에 대한 설명들이 돌에 아로 새겨져 있지요. 다산 정약용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주 목사를 지낸 아버지의 넷째 아들로 이곳에서 태어나 20살에 정계에 진출하고 수원화성 건축 등 수많은 업적을 쌓은 뒤 또 18년에 걸친 유배생활을 했었던 파란만장한 삶을 산 분이지요.



수많은 발명품과 서적들을 만들어낸 뒤 75세에 생을 마감한 그의 묘소도 바로 이곳 여유당의 뒷편에 자리잡은 작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묘소와 관련해서는 정약용 자신이 생전에 직접 지은 '자찬묘지명'도 유명하지요.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따라 10여미터 정도 되는 언덕위로 올라서면 앞쪽으로 시원하게 한강의 모습이 보이고 평평하게 만들어진 정상에는 돌담으로 둘러 쌓인 작은 묘지가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실학의 거장 다산 정약용의 묘. 다른 곳들과는 달리 올라오는 사람들이 가볍게 나마 묵념을 하고 지나치는 곳입니다.



그를 기리는 사당도 묘소 아래에 마련되어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개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한'이라는 세례도 받은 천주교 신자였던 분의 사당이라니 약간은 아이러니 하지요…



작은 박물관인 다산기념관에서 그에 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봐야겠습니다. 다산 유적지 내에는 실학박물관을 제외하고 '다산 문화관'과 '다산 기념관' 두개의 관람 건물이 있습니다.



다산문화관에는 많은 저서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으며, 다산기념관에는 수원성 축조 과정에 쓰였던 거중기, 녹로 그리고 유배생활을 했던 강진 다산초당의 축소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원 화성을 건설할 때 사람이 들 수 없는 커다란 돌을 들어서 쌓기 위해 사용한 거중기 입니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한 정약용의 발명품인데 기존에 생각했던 모습보다도 훨씬 복잡하게 생겼네요.



정약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목민심서' 사본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방관을 비롯한 관리의 올바른 마음가짐 및 몸가짐에 대해 기록한 행정지침서로 학창시절에 시험에 자주 등장하던 바로 그 책입니다.



벽에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나름의 조예가 있었던 다산의 그림들이 여러 점 걸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매화 나무에 앉아 있는 새와 함께 시구절을 적은 '매조도'.



다산의 '매조도'는 유배시절 부인이 보내 온 해묵은 다홍치마에 그림과 글을 적어 외동딸에게 보낸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훌륭한 실학자이자 자식을 사랑하는 평범한 한명의 아버지기도 했지요.



생전에 묘지명의 문체로 지은 자찬묘지명의 내용도 석판에 새겨져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비록 당시에는 많은 인정을 받을 수 없었던 그의 업적들이 내용의 글귀처럼 후세에 이르러 지금처럼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점이 마치 예언서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겠네요~.



기념관을 나서니 벌써 날이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이미 운영 마감 시간 인 6시가 훌쩍 넘었지만 다행히도 '다산문화관'의 문은 활짝 열려있어서 관람을 더 할 수 있었지요.



건물의 이름처럼 이곳은 다산의 이론과 업적들이 문화적으로 끼친 영향을 정리해 놓은 곳으로 작은 전시관 1개가 관람할 전부라서 빠른 시간에 둘러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먼저 인간적인 면모의 다산에 관한 이야기로 그의 두 아들과 딸에게 남긴 인생을 살아 갈 때 필요한 지침. '하피첩'을 복제하여 전시중입니다.그 내용인 즉슨, 집안의 효제와 화목을 강조하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며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말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뒷쪽으로는 당시 성리학이라는 이론 위에서 명분과 이념에만 몰두했던 시대에 실리와 행동을 중시하는 실학에 관심을 두게 된 이야기와 게다가 차후에 박해로까지 이어졌던 서학에까지 심취했던 다산의 학문적 일생을 전시하고 있지요.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결국 정치권에서 배척을 받고,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족을 떠나 유배생활을 겪어야 했지만 그런 그의 도전 정신과 노력덕분에 조선은 한층 더 발전 할 수 있었지요.



게다가 그 결과로 이렇게 수많은 저술들이 현세에 전해지게 되었고 조선에 이어 우리나라가 근대사회로 넘어갈 수 있는 초석이 되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때문에'루소'나 '헤르만 헤세' 등의 서양의 유명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12년 유네스코 세계인물'에 선정되기도 했었지요. 오늘 이렇게 다산유적지를 방문했으니 한번이나마 그 뜻을 기려 보는 것도 참 좋은 일 같습니다.



짧디 짧은 다산문화원의 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로비로 나오면 간단한 체험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보았던 '매화병제도'와 '여유당'의 판각을 이용한 탁본 체험하기 입니다. 이곳을 방문한 기념으로 한장씩 만들어서 졸업장처럼 가져가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비록 오늘 우리는 실학박물관을 관람하지 못했지만 이곳 다산유적지에서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었고 적어도 다산의 일생만은 자세히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번에 방문한 다산유적지는 단지 역사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강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연꽃지 등등 꽤나 다양한 볼거리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길을 나서면 마재성지나 팔당댐, 남양주역사박물관 등등의 다른 볼꺼리도 근처에 있고, 서울에서 얼마 멀지도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배차간격 때문에 조금은 어려울 수 있지만 언젠가 한번쯤 둘러 볼만 한 교육적인 관람지 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곧 따뜻한 봄이 오고 나무들도 풍성한 이파리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면 그때쯤 이곳을 한번 방문하셔서 아름다운 자연도 느끼고, 우리역사의 자취를 찾는 즐거움을 한번에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Map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95-3

전화번호 : 031-590-2837

운영시간 : 09:00 ~ 18:00 ( 종료 30분 전 입장)

관람료 : 무료, 실학박물관 ( 성인 4,000 / 경기도민 3,000 / 어린이 2,000 )

홈페이지 : 실학박물관(www.silhakmuseum.or.kr)



옛나루터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도 먹거리가 빠지면 왠지 시원치 않은 여행이 되고 말지요. 다행히 다산유적지 근처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나 입구쪽에는 대부분이 대형화 된 음식점들로 늘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그래도 다른 관광지의 음식점들에 비해서 각각의 메뉴는 다양한 편입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곳은 오리고기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옛나루터」입니다.



다산유적지의 제일 안쪽 거의 막다른 골목에 자리잡은 이 옛나루터는 홀이 있는 대형식당이라기 보다는 약간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곳입니다.



꽤 오래된 것이지만 한때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했던 곳이네요. 사실 특별히 유명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오리고기가 먹고 싶어서 방문했기에 이상한 곳이 아닐까 약간 걱정도 되었거든요.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어느 집 거실에 밥상을 깔아 놓은 것처럼 조촐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미 예약손님들이 있는 듯 한쪽 테이블에 세팅이 되어 있었고, 안쪽의 방과 2층에도 자리가 있기에 그다지 작은 식당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는 가장 안쪽 테이블에 앉아서 메뉴판을 둘러 보았지요. 백숙과 탕, 그리고 구이류의 가격은 한마리당 오만원으로 둘이서 먹기에는 조금 비싼편. 아마도 3-4명이 먹으면 양도 가격도 적당할 듯 합니다.



하긴.. 혼자서 2-3인분은 거뜬히 처리하는 식사량을 가지고 있는지라 크게 당황하지 않고 오리양념구이를 주문했지요. 테이블에 하얀 종이가 깔리고 두꺼운 철판이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올려졌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반찬들이 하나하나 등장했지요. 오리고기가 원래 기름이 많기 때문에 주로 입안을 상큼하게 해 줄 수 있는 야채와 절임류의 반찬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삭한 콩나물과 야채들이 어우러진 이 겉절이는 달달하면서 약간 쌉싸름한 맛과 함께 음식을 먹기 전 입맛을 돋궈주기에 충분한 녀석입니다.



또 유자를 잘게 썰어서 양배추와 함께 절인 이 녀석의 맛은 설명치 못할 정도로 일품입니다. 아주 강하게 새콤하지는 않지만 유자의 상큼한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가끔씩 느껴지는 오리고기의 느끼함을 한방에 날려줍니다.


그리고 최고의 하이라이트 반찬은 이 집의 최고 인기로 꼽힌다는 '마늘짱아치'입니다. 자세히 보면 단순하게 마늘쫑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무와 함께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보던 모양이긴 한데 상식상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 수두룩하게 들어 있습니다.



예상처럼 이 녀석의 정체는 방울토마토. 사장님께 이 녀석의 정체를 다시 한번 여쭤보니 역시나 방울토마토가 맞다고 합니다. 이 음식궁합에 반신반의 하며 입안에 넣어보니… “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몰랑몰랑한 토마토의 느낌이 아니라 사각사각 하는 전혀 다른 식감이 느껴져서 눈을 감고 먹으면 전혀 토마토라는 걸 알지 못할 정도지요. 그리고 그 새콤하면서도 짭쪼름 한 맛도 아주 훌륭해서 오리고기를 먹는 내내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먹었던 최고의 반찬이 되었지요.



평범하면서도 생각보다 신기한 반찬을 관찰하며 맛보고 있을 동안, 드디어 메인 음식인 양념 오리주물럭이 등장했습니다. 커다란 접시 양쪽으로는 생고구마와 양파가 한 움큼씩 같이 담겨 나왔고 역시나 예상대로 꽤나 많은 양입니다.



오리고기는 한입에 먹기 좋도록 잘게 다듬어서 빨간 양념에 버무려져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오리살의 투명함이 비칠 정도로 꽤나 신선해 보였습니다.



철판이 한껏 달궈지자 신선한 오리고기를 얹어 '치이익~' 소리와 함께 볶듯이 구워줍니다. 버섯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일단 오늘은 고기의 양이 많은지라 더 욕심은 내지 않기로 했지요.



그나저나 불판 가득 고기를 올렸는데도 접시에는 절반 이상의 고기가 남아 있네요. 결론적으로 3번은 구워야 할 듯합니다. 은근 흐뭇한데요?



고기가 익어갈 동안 같이 나온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마시며 초딩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결론은 추위와 교통 때문에 나름 힘들었던 이번 포천/남양주 여행의 모든 스트레스들이 이제야 저 기름처럼 쭉쭉 빠져 나간다는 것.



그나저나 이제 막 한판을 구웠을 뿐인데 꽤나 많은 기름이 흘러나왔습니다. TV에서 보면 원래 오리기름은 불포화 지방이어서 몸에 좋다고 하지만 이미 우리 몸에는 지방이 너무도 충분한지라 최대한 덜 먹는 게 좋겠지요?



특이하게도 보통은 양념한 고기는 굽는 동안 금새 타기 마련인데, 불포화 지방이 많은 오리고기는 양념을 하더라도 특성상 잘 타지 않나 봅니다. 게다가 맛있게 잘 구워지기까지 했네요.



항상 고기류의 첫 시식은 쌈으로 시작하는 것이 철칙. 이유는 바로 익기 한참 전부터 앞접시에서 고기가 올려지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신선한 상추 위에 오리고기를 듬뿍 올리고 장아치의 무와 마늘까지 한쌈을 크게 싸서 입에 넣어줍니다.



'웅하하하~' 훌륭합니다. 확실히 저 마늘장아치는 신의 한 수가 맞는 듯 합니다. 이번에는 깻잎지와 함께… 원래의 맛도 맛이지만 먹고 싶었던 음식인데다가 모든 일정을 끝내고 먹는 맛은 단연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나 우리는 대식가답게 그 많던 오리를 모두 구워 먹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한국사람은 밥심. 아무리 배가 불러도 볶음밥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요. 주문한지 30분도 안되어서 단 둘이서 오리 한마리를 먹고 밥까지 볶아먹는 이 당당한 모습을 보고 어쩌면 식당사장님도 놀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적당하게 맛만 보자는 굳은 결심 하에 부추와 김가루가 뿌려진 볶음밥 1인분을 철판에 볶고 나니 또 군침이 흐르는 건 왜 일까요?



역시나 빠뜨리지 않고 토마토 하나와 그 동안 소홀했던 겉절이 김치를 하나 올려 마치 첫끼를 먹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 치웠지요. 그리고 철판까지 숟가락으로 벅벅 긁어서 설거지 일거리를 줄여주는 수고까지 마치고 나서야 수저를 놓아주었습니다.



오리고기는 콜라겐이 풍부해서 피부미용에 좋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서 고혈압에 좋은 음식이며 예로부터 보양식의 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스테미너에도 좋은 식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음식이지요. 더군다나 조류이면서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풍부한 맛이 일품이기도 하지요. 더군다나 구경꺼리를 관람하고 휴식하면서 먹는 맛은 다른 진수성찬과 비교할 바가 못되지요. 물론 이곳 다산유적지 인근에는 두부나 만두, 장어 등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 만큼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다른 곳보다는 많은 편이니 주변을 둘러보시고 혹시나 오리고기를 푸짐하게 먹고 싶으시다면 이곳 '옛나루터'를 방문해 보시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Map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12-7

전화번호 : 031-576-5233

운영시간: 09:30 ~ 21:30

가격정보 : 백숙 50,000 / 오리구이 50,000 / 오리탕 50,000 / 오리 떡갈비 10,000 / 도토리전 10,000 / 들깨칼국수 7,000 / 꿩만두 5,000



마치며


지난 이틀 동안 소개했던 포천/남양주 여행은 비교적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은 곳을 소개하고 많은 곳을 방문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넓은 여행지역에 비해 곤란한 교통편, 그리고 겨울의 추위와 짧은 낮시간 때문에 너무 여유롭지 못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방문했던 관람지들이 실망스럽다거나 한 곳은 어느 한곳도 없었지요. 하나하나 모두 훌륭한 볼거리와 체험꺼리, 먹거리가 있는 곳이었고 어쩌면 지금까지의 수많은 여행을 통 털어서 가장 다양하면서도 재미꺼리가 많았던 여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나 동장군축제와 같은 볼꺼리는 지금처럼 추운 날 가야 제맛이며, 프라하악기박물관은 이 여행기를 적는 동안 이미 두번이나 다녀왔고, 포천 아트밸리는 초딩이와 이번 여름에 꼭 또 한번 들르기로 다짐까지 했던 곳이지요. 게다가 남양주 종합촬영소와 다산유적지도 재미있는 볼거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쳐 빠뜨리고 가보지 못한 포천 산정호수와 명성산, 남양주 몽고마을 등등 수없이 많은 볼꺼리들이 포천과 남양주 일대 곳곳에 숨어 있지요. 그리고 의외로 가까운 곳이라 나들이 하듯이 나서더라도 갈만한 지역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요.

자신이 원하는 곳 한 두곳에 들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주변을 둘러보고 온다면 이번 여행에서 소개해 드린 어느 곳을 가시더라도 분명히 즐거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추운 날씨에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들이 많이 숨겨져 있으니 너무 움츠러들지 마시고 오히려 이 겨울을 즐기면서 추위를 이기는 동장군 여행을 해보시는 것도 너무 좋은 겨울 나기의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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